2009년 11월 26일
[후기] 발레리나 서희 팬미팅

《 백조의 호수 (Swan Lake) - 파 드 트루아 》
※ reina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서희 씨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던 댄서라서 더 그랬어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기사도 거의 없었고, 우리 나라에서 열린 공연에 출연한 적도 손에 꼽으니까요 (투르코 갈라에 출연이 예정되었다가 막판에 배소희씨로 교체되었던 것 같은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그나마 아는 사실을 정리한다면, 로잔 콩쿠르에서 '카르멘'으로 호평받고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ABT에 입단한 무용수이며, 재작년에 UBC의 객원 주역으로 '호두' 에 출연했고, 작년부터 플로린 공주 같은 비중있는 역을 맡다가 올해 드디어 줄리엣으로 주역 데뷔를 했다. 딱 이 정도였어요. 하나 추가하면 지난번 ABT 내한 공연 때 허리 부상으로 인해 출연하지 못했다는 거?
발레 공연을 보러 다닌지는 몇 년쯤 되었지만, 동호회나 팬클럽 활동을 안 하다 보니 뻘쭘해서[...] 이 팬미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다행히 집 방향이 같은 reina님과 함께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D 얼떨결에 맨 앞에 앉아서 서희 씨의 실물을 보니, 정말 미인이시더군요 *-_-* 예전에 봤던 커튼콜이며 신문 기사, 잡지 사진들보다 훨씬 예쁜 분이었어요. 사진빨을 몹시 안 받으시는 것 같아요.

《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 (Overgrown Path) 》
팬미팅 시간은 1시간 반을 조금 넘겼습니다.
먼저 서희 씨의 설명을 곁들여서 세 편의 영상물을 감상했어요.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Overgrown Path)' 는 이번에 서희 씨와 호세 마누엘 카레뇨가 공연할 지리 킬리언의 안무작입니다. 두 분이 처음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고요. 서희 씨는 이 작품을 정말 힘들게 익혔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서 오신 선생님이 절대 영상물을 보지 못하게 하셨다네요.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이라 본인이 직접 한 스텝 한 스텝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셨대요. 야나체크의 음악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병으로 딸을 잃은 상황에서 작곡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소녀의 죽음을 표현하는, 서희 씨와 카레뇨가 출 파드듀가 사뭇 기대됩니다. 전체를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비록 이번 공연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얼핏 본 남성 무용수들의 3인무에서는 두아토의 'Remanso' 를 연상케 하는 다이내믹함을 느꼈습니다.
'Born to Be Wild' 는 ABT의 발레리노 네 명을 조명한 영상으로, 서희 씨의 파트너인 카레뇨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촌인 알리시아와 함께 춘 '디아나와 악테온', '백조의 호수' 가 기억에 남네요. 쿠바인들의 저 미친 테크닉이란…. 디아나의 푸에테도 거의 32회전 급으로 돌더군요. 쿠바에서 주역 발레리나가 되려면 앙디올 턴은 5~6바퀴쯤 돌아야 하고, 흑조의 그랑 알론제는 를르베로 소화해야겠다고 reina님과 웃음섞인 대화를 나눴어요. 아, 지금 쿠바에서 활동 중인 호세의 사촌 동생 (아마 호엘이었나요) 도 다음 시즌에 ABT에 합류할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서희 씨와 카레뇨는 어떤 작품을 함께 출지 고민했다고 하셨는데요, 카레뇨가 갈라에서 즐겨 추는 세 작품 - 디아나와 악테온, 돈키호테, 해적 - 중에서 결국 '해적'을 고르게 된 이유가 재미있었습니다. 서희 씨는 튀튀, 그 중에서도 붉은색보다는 보라/핑크색 튀튀를 입고 싶으셨다네요.
'해적(Le Corsaire)' 은 지금까지 출시된 ABT의 전막 영상물 중에서도 대표격이 아닐까 합니다. 켄트/스티펠/코레야/헤레라/말라코프의 올스타 총출동 캐스팅이지요. 다만 서희 씨가 직접 춤추는 영상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던지라 조금 실망했습니다. 갈라에서 해적 파드듀는 사골, 아니 단골 레퍼토리니까 굳이 유명한 DVD를 또 볼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건진 것은 서희 씨가 ABT 여성 무용수 중에서 줄리 켄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 정도?

《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
그리고 질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메모도 하신 reina님과 대조적으로, 전 정신줄을 놓고 고개만 끄덕였어요.
(후기가 부실한 걸 보고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봅니다 *-_-*)
이번에 함께 공연할 김선욱 씨에 대한 생각.
UBC '호두' 파트너인 김용걸 씨의 부상으로 인한 연습 문제.
슈투트가르트와 ABT 중에서 ABT를 선택한 이유.
승급 (ABT는 주역-솔리스트-군무 3등급 체계) 에 대한 생각.
처음으로 주역인 줄리엣을 맡았을 때와 첫 공연 때의 심정.
앞으로 주역으로서 꼭 추고 싶은 작품.
무용수로서 자신의 장점.
대략 이 정도의 질문이 나왔는데…, 웬만한 답변은 연합뉴스와 뉴시스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물론 뒷이야기가 좀 더 있지만, 이건 팬미팅에 참석한 사람들만의 이야깃거리로 남겨 놔야겠지요. 그리고 Q&A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인을 받으면서 작은 질문을 하나 했어요. 발레단 동료들이 서희 씨를 부르는 특별한 애칭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서희 씨의 답변은 재미있게도 'She' 였습니다. 이름의 철자가 남자(He)와 발음이 같다 보니, 여자라는 뜻에서 입단 초기에는 'She' 라고 불렸다고 하셨어요~.
공식적인 팬미팅은 이렇게 끝났고, 서희 씨가 기자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reina님과 다른 분들께서 에투알 갈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셨어요. 갈라에 새로 초대될 커플은 어떤 무용수일지가 큰 화두였습니다. 약간의 암시는 받았지만 역시 공지사항이 뜰 때까지는 기다려봐야겠네요.

《 드네프르 강에서 (On the Dnieper) 》
+) 서희 씨의 Q&A 시간에, 뜬금없이 ㄱㄹㄱㅇㅍ가 ㅅㅁㅂ를 총애하는 이유를 상상했어요. 같은 음악이지만 춤추기 좋은 템포와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템포는 분명히 다릅니다. 자신의 음악을 구현하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ㄱㄹㄱㅇㅍ는 발레에 '맞춰서' 음악 템포를 수정하는 것을 꺼릴 것 같아요. 헌데 무용 관객이 보기에 음악성이 부족한 ㅅㅁㅂ는 원곡의 템포를 바꿀 필요 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춤추는, 편한 무용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 by | 2009/11/26 17:03 | 발레 | 트랙백 | 덧글(6)



